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무제(목소리) 2010
(그곳은 사람이 살지 않는 집이다. 사람은 집 안을 전시 공간으로 썼지만 그마저 뜸했다. 이 집은 새 미술관을 짓기 위해 철거를 앞두고 있다.
창틀을 넘어 새어드는 바람, 빛을 본 적 없는 다락, 발걸음에 쓸리는 먼지 냄새, 어느 날 이후 눕게 된 방 문 더미.
자리를 잡지 못하고 떠돌아 다니는 장소에 관해 생각했다.)
*
그는 침대에 올라가서 창을 비틀어 열고 당기면서 격정을 걷잡을 수 없었는지 울음을 터트렸다.
“들어와! 들어와!” 그는 흐느꼈다. “캐시, 제발 들어와. 아, 제발 한 번만 더! 아! 그리운 그대, 이번만은 내 말을 들어주오. 캐서린, 이번만은!”
- 에밀리 브론테, 『폭풍의 언덕』, 김종길 역, 민음사, 2005